때로는 무언가에 홀리듯, 아무 생각없이 훌훌 털어버리고 싶은 일상 탈출 이야기

자전거 이야기/4대강 자전거길

4대강 자전거길 종주 <영산강편>

검은고독 2013. 3. 26. 18:55

 

4대강 자전거길을 왜 가는가?

볼거리가 있는가?  먹을거리가 있는가? 아니면 구경거리가 있는가?

기대했던것과는 달리 그리 많지 않다.

그곳은 그저 황량한 벌판, 그리고 썩어가는 강물, 먹을곳도 잘곳도 마땅찮는그런곳이다.

그곳을 찾은 이유는 아마도 내자신과의 싸움과 그리고 만족감을 찾고자 하는것이 아닐까?

 

 

 

4대강 자전거길 (영산강편. 2013. 3. 23) 

 

인증센터 : 담양댐 - 메타세쿼이아길 - 담양대나무숲 - 승천보- 죽산보 - 느러지전망대 - 영산강하구둑 

거     리 : 133km

 

개인적으로는 4대강 사업에 대하여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어서 4대강 자전거길이나 국토종주 자전거길 역시 관심밖에 일로 치부 해 왔었다.

그러던 중 어느 불로그에 올려진 국토종주 자전거길에 대한 여행기를 읽고 난 후 겉잡을 수 없는 흥분속에 빠지게 되었다.

 

평소 성격이 한번 관심을 느낀 일들은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꼭 하고야 마는 성격인지라 국토종주 자전거길을 가보고자 하는 욕망이 마음 저 아래에서부터 솟구쳐 오르는걸 느끼게 된다.

 

어디에서부터 출발할까? 국토종주길을 먼저 가볼까? 아니면 4대강 라이딩을 먼저 해볼까? 하며 이곳 저곳 싸이트를 뒤져가며 자료를 수집하여 평소 1회 라이딩 거리를 감안하여 제일 먼저 영산강 자전거길 133km 라이딩을 가기로 결정하였다.

그러면 누구와 어떻게 갈까? 이동 수단은?

또 다른 고민이 생겼는데 동행은 뭐 평소 같이 다녔던 백연선 오엠과 함께 하기로 하고 이동 수단은 버스를 이용 하기로 결정하던중 황인범 오엠이 광주에서 합류하여 동참하고자 하는 의견을 보내와서 흔쾌히 동의를 하여 3월 22일 퇴근과 동시에 광주행 버스에 오른다.

 

광주고속버스터미널에 도착하니 황인범 오엠은 한시간전에 미리 도착하여 우리 일행을 기다리고 있다.

 

곧바로 담양행 버스를 타고 밤 10시가 다 될 무렵 담양읍내에 도착하여 미리 예약해 둔 모텔로 향한다. 

터미널에서 그리 멀지 않은 숙소에 도착하여 방값을 지불하고 자전거를 보관함에 넣었는데, 이 보관함은 한국관광공사에서 자전거길 여행자를 위하여 숙소에 비치해 둔 보관함이라 한다.

 

보관함 1곳에 1대씩 10대를 보관 할 수 있는 보관함은 디지털 도어락이 장착되어 분실의 염려가 전혀 없었다.

이곳에서 여장을 풀고 내일 아침 일찍 식사를 할 수 있는 식당에 미리 예약 전화를 하고 난 후 잠자리에 든다.

 

이튿날 아침 5시30분에 기상하여 씻고 식당을 찾아 해장국으로 아침을 마치고 다시 숙소로 돌아와 오늘 하루 라이딩을 위하여 각자 마음속으로 파이팅을 외치고 출발지인 담양댐을 향하여 아직은 차가운 새벽 공기를 마시며 출발한다.

 

숙소에서 담양댐까지는 10여km 남짓되어 7시40분경에 도착하여 인증 사진을 찍고 나서 8시에 담양댐을 출발한다.

 

 

<담양댐 인증센터>

 

두 번째 인증쎈터인 메타세쿼이아길 입구까지의 자전거 도로는 우레탄으로 되어 있어 패달을 밟아도 잘 나아가지 않는다. 더군다나 황오엠은 자전거를 지인에게 양도받아 처음 타 본다는데 피팅이 되어 있지 않아 속도가 나지 않고 자꾸 뒤쳐진다.

 

그런 길을 달려 메타세쿼이아 인증쎈터에 도착하니 두명의 라이더가 우리 일행을 반긴다. 정읍에서 왔다는 두분과 인사를 나누고 우리와 같은 방향이기에 같이 서로 격려를 하면서 출발한다.

 

<메타세쿼이아길 인증센터>

 

담양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대나무와 메타세쿼이아 길이다.

이젠 메타세쿼이아 길을 걸으려면 매표소에서 입장료를 지불하고 걸어야 한다.

 

담양읍내를 감고 돌아 흐르는 하천변에는 천연기념물 제366호로 지정되어 있는 관방제림이 있는데 푸조나무, 팽나무, 벚나무등 많은 나무가 제방에 식재되어 있다.

우린 이 둑길을 따라 남쪽으로 패달을 밟는다.

 

익산에서 온 두 라이더는 이미 시야에서 사라진지 오래고 우리 일행은 황오엠의 속도에 맞추어 세번째 인증쎈터를 향한다.

대나무숲 인증쎈터는 담양댐에서 약 27km 정도 떨어져 있다.

 

강둑에 설치된 대나무숲 인증쎈터 주변에는 대나무는 하나도 보이지 않고 쉴 수 있는 벤치만 덩그렇게 설치되어 있다.

이곳에서 인증 도장을 찍고 출발에 앞서 황오엠에게 같이 계속 갈 수 있겠냐고 물으니 힘이 들어 어렵단다.

 

큰 기대를 안고 이곳에 왔는데 몸에 맞지도 않는 자전거를 타느라 힘이 많이 드는 듯 보인다.

하는 수 없이 황오엠은 혼자 천천히 내려오다가 광주에서 집으로 귀가 하기로 하고 우리 두사람은 하구둑을 향하여 남쪽으로 달린다.

 

 

<담양 대나무숲 인증센터>

 

담양을 벗어나니 저 멀리 광주 시내가 시야에 들어온다. 자전거길 주변 공원에는 주말이라 그런지 많은 사람들이 천변에서 운동을 하는 모습들이 보인다.

 

광주시내를 뒤로하고 승천보를 향하여 시속 28km로 패달링을 한다. 약간의 뒷바람을 받긴 하는데 자전거도로 노면 상태가 매우 불량하여 뒷바퀴에 전해지는 진동이 엉덩이를 통하여 허리까지 전해진다.

뭐 우리나라 건설공사 하는 것이 다 그렇지. 차라리 비포장 도로가 훨씬 더 나을 듯 싶다.

 

 

그렇게 광주시내를 빠져나오니 어느덧 승천보가 눈앞에 들어온다. 4대강 사업 16개 보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구조물이라고 하는 승천보는 나주평야에서 나는 쌀알 모양을 형상화하여 구조물의 윗부분은 티타늄이고 멀리서 보면 한 개의 구조물로 보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물고기 비늘 모양으로 여러개의 판을 접합한 것이라고 한다.

 

<승천보>

 

그렇든 말든 나는 이러한 곳에 이런 보와 같은 구조물이 왜 필요할까 라는 의문이 든다. 보가 설치되다 보니 물이 가두어져 강물은 누렇게 썩어가고 있어 물속에 생물들이 과연 살 수 있을까 하는 생각뿐이다.

하여튼 이곳에 도착하여 승천보 인증쎈터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먼저 출발하였던 익산 라이더가 눈에 띈다.

이제는 목포까지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서로 갈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속도계에 시간을 보니 11시가 넘어서고 있다. 점심 시간은 다가오고 영산포가 멀리 눈앞에 들어온다.

 

영산포 하면 홍어가 떠오른다.  홍어 음식이 영산포로 오게 된 것은 1363년(고려 공민왕 12년) 조정은 왜구가 극성을 부리자 흑산도에 사는 어민들을 영산포 하류의 남포 즉, 지금의 영산포로 강제 이주시키고 흑산도를 비워두는 공도 정책을 취하였다.

이때 이주해 온 흑산도 주민들을 따라 홍어도 함께 들어오게 되었으며 현재 영산포란 지명은 흑산도 사람들이 이주해 살면서 붙인 것이라 한다.

돛단배를 타고 오가던 당시엔 기상 상태에 따라 며칠씩 걸리기도 했는데 변변한 냉장 설비가 없었던 터라 애써 잡은 생선은 육지에 도착하기도 전에 상해버리기 일쑤였다. 그러나 개중에는 상했어도 배탈이 나지 않은 생선이 있었으니 그게 바로 홍어였고 그 후로는 별미로 홍어를 삭혀 먹었다고 한다.

 

이러한 홍어의 역사가 있는 영산포 홍어의 거리에 들어서니 시간은 어느덧 12시에 다다르고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영산교 인근에 국밥집을 들렸다.

 

가게 밖에 자전거를 세우고 있는데 주인이 나오더니 가게 안에 세워두라고 하시면서 그렇잖아도 자전거 보관대를 주문하였는데 아직 제작이 안 되었단다.  소머리 국밥집이라서 국밥으로 주문하고 맛있게 점심을 먹고 국밥집을 나섰다.

 

영산교 바로 근처에는 예전에 배가 내륙까지 드나들어 등대가 설치되어 있다. 이곳에서 등대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황포 돛배도 구경하고 또 다시 남쪽으로 패달을 밟는다.

 

<유일하게 내륙에 설치된 영산포 등대>

 

좀 달리다 보니 바람 방향이 맞바람으로 바뀐다. 아직 남은 거리가 70여키로 이상 남아 있는데 이러다간 도착하기도 전에 다리 힘이 다 빠질 것 같은 느낌이다. 속도계를 보니 17키로 전후로 허벅지 통증이 조금씩 느껴지기 시작한다.

 

이렇게 맞바람을 받고 달리다 보니 어느덧 죽산보가 시야에 들어온다.

예전에는 죽산보를 건너서 하천 좌안을 따라 내려갔는데 지금은 하천 우안을 따라서 달리도록 하천변에 데크를 설치하여 자전거길을 만들어 놓았다.

<죽산보>

 

죽산보에서 휴식을 취하며 다시 전열을 가다듬고 출발하다 보니 한때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주몽” 드라마 셋트장인 나주 영상테마파크의 웅장한 모습이 왼편으로 보인다.

이곳에서는 주몽을 시작으로 바람의 나라, 태왕사신기, 이산등의 드라마가 촬영되었고 영화로는 쌍화점이 이곳에서 촬영 되었다고 한다. 셋트장을 한번 구경하고 싶었지만 우린 시간을 지체 할 수 없어 그냥 지나치고 남쪽을 향하여 계속 달린다.

 

시간이 지날수록 맞바람을 더욱 거세지고 속도는 점점 느려지고 있다.

한참을 달리다보니 저 멀리 산위에 전망대가 보인다. 마을앞을 지나니 노인들께서 큰소리로 “저 위에 전망대에 올라가야 제대로 구경을 할 수 있다”고 알려준다. 감사하다는 말씀을 뒤로하고 산위에 있는 전망대를 향하여 업힐 구간을 헉헉거리며 오른다.

정읍에서 온 두명의 라이더와는 진즉부터 함께 그룹이 되어 앞서거니 뒷서거니 함께 하고 있다.

 

<무안 느러지전망대 인증센터>

 

드디어 무안 느러지전망대 인증쎈터에서 인증 도장을 찍고 전망대에 올라 강변을 내려다본다.

“몽탄노적” “꿈여울에 들리는 갈대 피리소리” 라는 뜻이다.

“몽탄”의 지명은 견훤과 왕건의 일화에서 생겨난 지명인데 왕건이 견훤에게 쫒길 때 영산강으로 인하여 퇴로가 막혀 왕건이 그곳에서 잠이 들어 꿈을 꾸었는데 꿈속에서 백발 노인이 나타나 강물이 말랐으니 즉시 건너라하여 이곳을 건너 싸움에서 승리를 거두었다. 그 후 이 강을 “꿈에 여울을 건넜다”하여 “몽탄강”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한자어인 몽탄으로 부르는 것 보다 한글로 꿈여울 이라고 하면 뭔가 싯적인 상상력이 풍겨서 많은 이야기 거리가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다.

이곳은 하천은 굽이쳐 휘감아 돌면서 지형이 한반도를 닮았는데 우리나라 몇몇 곳에도 이러한 형태의 지형이 있는 곳이 있다.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느러지>

 

무안 느러지 전경을 카메라에 담고 나서 다시 길을 나선다.

조금전 힘든 업힐 이었다면 이젠 다운힐이다. 내려막길은 마을 골목길로 연결되어 있어 속도를 낼 수는 없지만 금방 내려온다. 내리막길을 내려온 시간을 생각하면 힘들게 고생하며 올랐던 시간이 정말 허무하게 느껴진다.

 

이제부터는 영산강 좌안을 따라 남쪽으로 이동한다. 남은거리는 약 40여km, 더욱 거세지는 맞바람에 속도는 거북이처럼 느려지고 허벅지는 금방 터질 것 같은 느낌이다.

 

종점이 가까워질수록 쉬는 간격이 더욱 짧아져 간다. 그래도 4시까지는 충분히 도착 될 것 같다.

오전에 속도를 많이 내서 그나마 빨리 내려 온 것 같다.

멀리 휴게소가 보인다. 자전거도로 곳곳에 이러한 작은 파고라가 많이 설치되어 쉬어갈 수 있도록 해 놓았다. 잠시 쉬고 있으니 정읍팀이 내려온다.   같이 이야기도 나누면서 준비해간 사과를 서로 나누어 먹고 출발 준비를 서두른다. 정읍팀은 목포역까지 가서 기차를 이용하여 귀가 한다고 한다. 우리는 버스터미널로 가기 때문에 시간에 그리 구애받지는 않지만 뒤쳐지기 싫어 또 다시 같이 출발한다.

 

하구둑이 가까워질수록 마주 오는 라이더들이 조금씩 많이 보이기 시작한다.

오른쪽으로 전남도청이 소재한 삼향동이 보이고 지난해에 가보았었던 외형이 한옥처럼 지어져 있는 전남도립도서관이 보인다.

이제 하구둑까지 남은거리 3키로. 일요일이라 가족과 함께 자전거를 타러 나온 사람들이 많다

 

 

<영산강 자전거길 종착지인 하구둑 인증센터>

 

공중전화 박스를 이용하여 만들어 놓은 마지막 인증쎈터 앞에 섰다.

몸은 피곤하지만 뭔지 모를 무언가가 저 가슴 아래에서 솟아 오른다.

이제 또 다른 자전거길로 나를 데려가 달라고....

수첩에 마지막 인증 도장을 찍고 관리사무소에 들려 등록을 하고 수첩에 스티커를 받고 집으로 가기 위하여 곧장 목포 시내에 있는 버스터미널로 향한다.

 

 

 

 

 

 

- 총 거리 150km (영산강종주자전거길 133km, 기타 17km)

- 총 라이딩시간 : 8시간 (실 라이딩시간 7시간 10분)

- 평균속도 : 21km

 

episode : 목포터미널에서 매표를 하고 탑승구에 차량이 들어와 화물칸에 자전거를 집어넣고 버스에 올라타서 승차권에 좌석번호를 확인하니 좌석번호가 없다. “이상하네” 하면서 맨 앞자리에 앉아 있으니 다른 승객이 자기 자리란다. 그래서 그 승객의 표를 보니 어라? 좌석번호가 있네. 그래서 좌석번호 없는 우리는 맨 뒤에 자리로 이동하여 차가 출발 하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기사아저씨가 ‘표 걷겠습니다.’ 하면서 맨 뒤에 있는 우리쪽으로 다가온다. 표를 드리니 하시는 말씀이 이 차는 강진,장흥은 안갑니다.

우린 순간 어안이 벙벙 ??? 즉, 순천행 직통을 탓다는 말씀... ㅠㅠ

만약 출발전에 검표를 안했다면 우리는 순천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와야 했던 것이다.

예전에는 순천을 갈려면 강진,장흥을 거쳐 가야했지만 지금은 고속도로가 생겨 곧바로 순천까지 가기 때문에 중간에 내릴 수도 없는 고속도로를 타고 순천까지 갈뻔했다. ㅋㅋ